POL Architectura 건축지도 CURATED ATLAS · KO

빛과 그림자

건축은 물질을 다루지만, 체험의 핵심은 종종 빛이 만드는 대비에 있다.

창·천창·틈새·반사면은 「밝기를 더하는 장치」만이 아니다. 공간을 나누고, 시선을 돌리고, 머무를 자리를 정하는 도구다. 같은 면적에서도 빛이 어디서 들어오느냐에 따라 방이 달라진다.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오사카부 이바라키, 1989)는 어두운 콘크리트 상자 안에 십자형 틈을 낸다. 빛이 벽을 「조각」처럼 잘라 보일 때, 형태와 성스러움이 동시에 또렷해진다. 조명을 많이 켠 예배당과는 다른 전략이다.

루이스 칸은 자연광을 구조와 함께 설계했다. 킴벨 미술관의 사이클로이드 볼트 아래 슬롯은 확산광을 전시에 맞게 흘려 보내고, 솔크 연구소의 중앙 축은 바다를 향한 밝은 보이드가 연구의 중심이 되게 한다.

베이위밍의 루브르 피라미드(1989)는 역사적 마당에 유리 기하를 올려, 낮에는 하늘을 끌어들이고 밤에는 내부 빛이 밖으로 샌다. 「대비」로 장소를 다시 읽게 하는 빛이다.

빛은 양(룩스)만이 아니라 방향·색온도·시간·계절이다. 동향 아침과 서향 석양, 흐린 날의 확산광은 같은 개구부라도 다른 공간을 만든다. 좋은 설계는 하루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림자 역시 설계 대상이다. 처마·루버·깊은 창틀·중정은 과다한 일사를 거르고, 대비를 유지한다. 그림자가 없으면 형태도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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